한국인은 정 때문에 좌파가 되기 쉽다고, 정확히 표현하면 좌파가 되려고 시도하기 쉽다고, 나는 생각한다. 정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의 삶을 나의 삶처럼 돌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감정이 깔끔한 어떤이에게는 오지랖 넓은 것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 정많은 한국 자유주의자에게 김규항 선생의 "가장 편안하게" 는 절대 편안할 수 없는 글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게시된 김규항 선생의 "가장 편안하게"를 읽으면서 그의 글솜씨에 탄복했다. 표면적으로는 가장 편안한 방식을 사시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의 글을 읽은 양심적이고 품위있는 게다가 정많은 한국의 자유주의자들로 하여금 결코 그가 표면적으로 권하는 편안한 방식의 삶을 선택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의 글 중 한 대목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장 편안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존엄한 권리입니다. 좌파로 사는 게 편안하면 그렇게 살면 되는 것이고 자유주의자로 사는 게 편안하면 그렇게 살면 됩니다. 그게 사회에도 본인의 정신건강에도 좋습니다." 그러나 정많은 자유주의자들은, 현 체제 속에서 나의 삶을 계속 한다는 것은 이미 나의 발 아래 누군가를 누르고 있다는 것을, 복잡한 자원의 흐름 속에서 내 손의 편안함은 누군가의 불편함이라는 것을 안다. 이러한 자각은 정많은 자유주의자를 불편하게 하고, 이런 불편함은 양심적인 것이고 품위있는 것이다. 타인의 불편함을 딛고 얻은 나의 편안함을 편안하게 여길 수 있는 자유주의자를 어떻게 양심적이고 품위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내 양심을 건사하는 자유주의자로 살지만 좌파들을 존중한다, 이런 품위 있는 자유주의자가 많아야 사회가 갈피를 찾게 되고 좌파도 제 역할에 전념할 수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참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런 사람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언급했듯이 좌파를 존중하면서 동시에 양심을 건사하는 자유주의자로 사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불편함은 바로 회피 동기를 일으킨다. 어떻게 불편함을 극복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 극복 방법 중 정많은 자유주의자들이 선택하는 것이 스스로를 좌파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제 좌파가 된 자유주의자의 양심은 편하다. 이렇게 자유주의자의 이탈이 발생하고 김규항 선생이 말한 양심적이고 품위있는 자유주의자의 자리는 점점 비워진다. "사람이 꼭 좌파로 살아야 합니까? 누가 우리에게 좌파로 살아야 한다고 강제한 일이 있습니까? 양심적인 자유주의자로, 이명박 비판하고 조중동 반대하고 춧불시위 참여하고 하면서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부끄럽지 않은 삶 아닙니까? 그런데 굳이 자신을 좌파로 규정하면서 불편하게 살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가. 스스로를 좌파로 규정하면서 불편하게 사는 것과 좌파를 존중하는 자유주의자로써 불편하게 사는 것. 당신이 자유주의자라면 한번 이 둘을 저울질 해보라. 무엇을 선택할텐가.
그리고 여기서 좌파가 되기로 선택한 자유주의자들의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좌파로서의 삶의 고단함. 재화를 축적하지 않기에 어려울 때 누군가에게 손벌릴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 가짜 좌파들의 비난을 들어야 할 때의 속상함. 궁금하다. 좌파가 된 정많은 자유주의자들의 삶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 김규항 선생의 "가장 편안하게"를 읽기 위해서는 그가 정의한 자유주의자와 좌파의 개념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유주의자는 자신의 양심을 건사하는 일만으로도 건전할 수 있지만 좌파는 다른 이의 양심까지 지켜내야 건전할 수 있다. '자신의 양심'이란 근래 유행하는 말로 최소한의 상식, 시민의 양식 같은 것이다. '다른 이의 양심'이란 정직하게 일하면서도 자존심과 인간적 위엄을 유지하기 힘든 사람들의 삶을 기준으로 한다는 말이다."
- 2009/06/2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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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글수 : 4



덧글
digression 2009/06/25 16:05 # 답글
우와... 글 좋네요.
Lain 2009/06/25 17:00 #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면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택씨 2009/06/25 18:15 # 답글
어이쿠... 찔리는걸요.
Lain 2009/06/25 18:22 #
저도 김규항 선생 블로그 갈때마다 죄책감과 찔림 하나씩 등에 업고 옵니다. 그렇지만 아예 외면하며 사는 것 보다는, 이렇게 불편함을 안고 사는 것이 저의 속죄 방식이기도 하고, 또 우편향 제도로 인해 끊임없이 좌를 향해 노력하지 않으면 어느새 오른쪽으로 가게 되는 저 자신이 안타까워, 그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